미필인줄 알았던 아버지의 정체

미필인줄 알았던 아버지의 정체

텔트리
Long 조회수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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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굉장히 많으심.


35에 나를 낳으셨는데 (첫째)


호적에 늦게 올리셔서 본래는 38이심..


어린 시절 나와 3살 아래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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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상체는 칼에 난자 당하신 듯 찢긴 상처가


흉부,복부,등 팔 곳곳에 있었고


과묵하셨기 때문.


하지만 어릴 때 뭐나 제대로 알겠음?


그 흉터보다 두려웠던건


가끔씩 아버지가 악몽을 꾸시는지


‘나도 같이 가야하는데..’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우시면서


심하게 잠꼬대를 하시다


벌떡 벌떡 일어나시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




하지만 아버지가 마냥 무섭고 두려운 존재만은 아니었음.


한 번씩 집에서 약주 한 잔 하시면


수야~ 막둥아~ 아부지가 재미난 거 함 뵈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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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나? 하시면서 젓가락을 사정없이 방문에 던지시면


신기하게 펍!펍! 하면서 박혀들어감.


또 겨울에 강이 얼면


뭔가 가방에 바리바리 챙기셔서 강으로 가서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은 바위 틈새에 꽃고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얼마안가 


뻐벙! 하면서 얼음이


조각날 만큼 작은 폭발이 있었음.


조금 소리가 큰 폭죽?


어린 나이엔 그정도로 기억하고 있음.


그럼 바위 아래있는 물고기들이 배 까뒤집고


둥둥 떠오르면 그걸 건져가서 먹곤 했었음.


필자 집이 경기도 연천이라


군필자들이라면 알 만큼 알 것이라 생각함.




서론이 길었는데,


아버지가 군대라는 걸 나에게 


처음 말해주실때가 고1때였음.


그때도 단순히 일빵빵 알보병 


전역자신 줄 알고 있었음.


원체 자세히 이야기해주시지 않기도 했고.


내가 직업군인을 꿈꾸고 있을 시기여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시고 


아버지랑 대화가 원활 해진 계기라고봄.


(해병부후 321기 출신,동생 udt58-2 출신)




아버지는 내가 입대하던 순간에도


부사관교육대 면회 때도 감정이 없으신 듯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셨음.


임관을 하고 임관휴가 4박5일을 받고


가까이 사는 막내고모


(포천, 연천이랑 차로 30분거리 정도)께 인사를 드리러 가서


같이 저녁을 먹는데 


군대 이야기가 나오게 됐음.


고모 왈


‘니 아빠도 군에가서 이북갔다가 




죽었는 줄 알았는데 으째


니도 그래 힘든데로 골라갔노’ 하시는데


순간 아버지가 ‘뭐라노!’


하고 약간 노하신 톤으로 소리를 높이심.


고모는 ‘아이고 오빠. 미안타 미안타’ 하시며


사과하시고 약간 어색한 저녁식사를 끝냄.


집에 돌아오면서 고모가 하신 말씀이 당연히 신경쓰여 물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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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군 생활 하시면서 북한 가셨어요? 


죽었는 줄 알았다는게 무슨 말이에요?’


해도 침묵만 있으셨음.


그렇게 집에 다다른 때쯤


‘친구들 안보나? 내랑 소주 한 잔 할래?’ 하심.



첫 휴가기도 했고


15주만에 집에 오기도 했고


친구들도 전부 입대했던터라


동생이랑 셋이 집에서 곱창이랑 술 한잔을 함.




두어병쯤 마셨을 땐가


아버지가 말씀해주심.


‘아버지는 병역이 미필로 되어있어’ 라고.


순간 벙찜.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시는게


‘육,해,공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곳에서 군생활을 했지.


지금에서야 정보사라던지 공작원이라던지


그런 말들을 하더라고..


위장명으로 회사 이름이나 직책같은 것들도 쓴다고 하더라’ 라고..


아버지는 운동선수셨음.




경상북도 대표로 나가실만큼 운동도 잘하셨고


특출 나셨었음.


아버지 나이 17세.(호적에 늦게 올라가셔서 사실상 20세) 때 육군을 지원했다 하심.


워낙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라


입 하나 덜어보자 싶어 입대를 하셨는데


어느 날 훈련소에서 운동 특기자들을 뽑아놓고


(대략 20명정도, 정확히는 기억 못하시는 듯)


밤에 연병장 한 가운데서


복부에 사정없이 발길질을 했다함.


그대로 고꾸라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덤비는 사람도 있고.


맞는채로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했는데


아버지가 맨후자셨음.


그렇게 몇 명을 간추려서 눈을 가리고


두돈반도 아닌 사제트럭에 탑승해 사흘 정도를 이동 한 후에야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했다함.


그 후 부터 모진 구타와 훈련들이 시작됐다함.


이름과 교번조차도 없고.


'야, 새끼돼지'

[이 게시물은 레팅님에 의해 2022-02-04 14:15:53 콘텐츠 파트너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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