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내 인생은 파울, 파울, 파울…끈질기게 다음 기회 노렸다”
프로야구에서 김성근(81) 감독보다 많이 잘린 사람은 없다. 그런데 별명이 ‘야신(野神)’이다. 알쏭달쏭한 일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일곱 번이나 퇴출당한 사람이 어떻게 ‘야구의 신’으로 불릴 수 있을까.
‘김성근을 만든 건 무수한 시행착오’
“나는 프로 감독이 된 지 25년 만에 첫 우승을 했어요.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 같은 꼴찌팀을 주로 맡아 2~3등으로 올려놓곤 했습니다. (탁자 모서리를 만지며) 나는 늘 이런 벼랑 끝에서 살았어요.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 즉 주류는 도전 의식이나 투지가 약해요. 하지만 나는 내일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니 살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은 결국 실패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고민하고 도전하고 결과를 냈으니 ‘시행착오가 많은 인생이야말로 베스트’지요.”
방송을 보니 그 연세에도 하루에 수백 개씩 펑고를 치시더군요. 솔직히 힘들지 않나요.
“지금 왜 펑고를 쳐야 하고 어떻게 쳐야 하나 등을 생각하다 보면 힘들다는 의식이 들 틈이 없어요. 타격이 끝난 다음엔 몸이 힘들지만, 목표가 있잖아요. 세상 살면서 제일 중요한 건 ‘나는 뭘 해야 한다’고 의식하며 사는 겁니다. 열심히 펑고를 쳐서 어떤 선수가 실수를 깨닫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게 낙이에요.”
감독님은 비관적 낙관주의자라면서요?
“근본은 비관적이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을 땐 낙관적으로. 내 성격 중 이런 점이 가장 좋아요. 이길 것 같을 때는 비관하고 질 것 같을 때는 오히려 낙관합니다. 뭐가 닥칠지 모르는 인생에서 그게 최선의 준비라고 생각했어요.”
숱하게 잘리고도 성공한 리더로 통하는 비결이라면.
“나는 파벌이나 연줄이 없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성격도 아니었어요. 살아남을 길은 하나, 내가 강해지는 것뿐이었습니다. 리더는 사실 고독한 자리요. 흔들려도 흔들림을 보여주면 안 돼요. 감독의 불안이 선수들에게 전해지면 시합을 하기 전부터 진 것이나 마찬가지요.”
“즐거운 야구니 깨끗한 야구니 하는 건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리더는 모든 식구들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내 밑에 선수가 100명 있으면 식솔까지 500명, 그들의 밥줄이 내 손에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철은 뜨거울 때 때려야 해요. 리더라면 ‘아프냐?’ ‘괜찮냐?’ 묻지 말고 그저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존경 대신 신뢰를 받아야 해요.”
펑고(fungo)라는 단어는 ‘재미있게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노(老)감독은 “실제로 펑고는 즐거움의 경지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을 향한 당부는 뭘까. “처음부터 즐겁다는 생각을 가져야지, 고되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하면 시작도 못 해요.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의식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뀝니다. 그저 편하고자 한다면 죽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인기 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