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PD의 드라마 같은 김성근 감독 섭외 비하인드
"여긴 지금 진심밖에 없다."
장시원 PD는 "출연진들과 스태프들, PD들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랑을 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팀이 좀 더 간절해진 것 같다. 10패라고, 마지막이 정해져있다는 게 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다 마지막이 언젠지 모르고 살지 않나. 하지만 <최강야구>는 마지막을 아니까, 하루하루 게임할 때마다 간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승률 7할 목표로 제시한 제작진
장시원 PD는 <최강야구> 1회에서 선수단에게 승률 7할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최강의 야구팀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제작진은 "승률 7할을 기준으로 만약 10패를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시즌에 약 30경기를 치르면서 7할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 20승 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2시즌 동안 최강 몬스터즈는 총 29경기에서 21승 8패를 기록하며 7할 달성에 성공했다. 장 PD는 "오랜 야구 팬이었기 때문에 승률 7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며 자신 역시 몬스터즈가 패할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기획의도대로 최강이 아니라면 프로그램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야구를 봐왔기 때문에 승률 7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 보통 프로야구에서 우승하는 팀 승률은 6할 정도다. 그 이상으로 높은 기준을 잡은 것이다. 패배할 때마다 집에 들어가서 혼자 생각했다 '괜히 (7할 목표로) 했나, 괜히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닌가.' 방송이라는 건 회차도 있고 약속된 게 많은데 이건(승리는) 약속할 수 없는 것이지 않나.
10패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았다. 1회 방송에 보면, 그 말을 할 때 모든 분들이 침묵했다.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 생각보다 잘한다. 은퇴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연출자로서는 리얼리티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 패배할 때마다 혼자 술을 많이 마셨다. 패한 다음날 경기는 출근길부터 조마조마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방송에서 최강 몬스터즈가 대결하는 팀들은 주로 고교, 대학 팀의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다. 프로 구단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비해 아마추어 선수는 야구 팬들에게도 낯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강야구>에서 이들을 조명하면서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최강야구>에 출연한 몇몇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으면서 팬들의 기대치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대해 장시원 PD는 "어떤 분야든 스타가 필요하지 않나. 몬스터즈 멤버들은 프로 시절 20년 가량을 스타로 보낸 레전드 선수들이다. 그 반대 쪽에서도 스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을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에 비유하며 "가장 찬란했던 과거와 미래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 그게 처음의 기획의도였다. 일본 고시엔 야구의 인기가 대단하지 않나. 과거에는 한국 고교야구도 인기가 많았다. 어린 학생들이 이기려고 하고, 지면 울어버리는 그 진심이 있다. 몬스터즈 선수들도 여전히 잊히고 싶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게 운동선수의 생리다. 그 두 진심이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아마추어 선수로서 최강 몬스터즈에서 함께 뛰었던 류현인, 윤준호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로 영입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장시원 PD는 두 사람을 보는 마음이 "마치 아들을 보는 마음과 같다"며 "처음 이들을 뽑을 때는 프로 스카우터들에게도 물어보고 직접 미팅하면서 선발했다. 부담될까봐 연락을 늘 하지는 않지만 기록도 다 찾아보고 있다. 안타를 치면 연락이 온다. 오늘 첫 안타 쳤습니다. 윤준호 선수는 2군에 있는데 첫 홈런 쳤다는 소식 등을 주고받는다.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 농담도 많이 하시는 할아버지"
한편 지난 시즌 최강 몬스터즈의 초대 감독을 맡았던 이승엽이 두산 베어스 1군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그 자리에 김성근 감독이 들어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지옥훈련'으로 잘 알려진 김성근 감독이 선임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특히 정근우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시절에 더해, 은퇴한 이후에도 다시 최강 몬스터즈에서 재회하며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장시원 PD는 "제작진들에게는 농담도 많이 하시는 재미있는 할아버지다. PD들을 진짜 손자뻘로 보신다. 그런데 선수들에게는 아니지 않나. 선수들은 누구보다 김성근 감독님의 프로 시절 전성기를 다 아는 사람들이라 어려워 한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성근 감독이 훈련을 제일 열심히 한다고 귀띔하며 "훈련을 일주일에 주 4회 정도 진행하는데 감독님은 (4일) 다 나오신다. 직접 한 명 한 명을 지도하시고 땡볕에서 4시간도 서서 공을 던져주신다.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열심히 안 하면 라인업에 안 넣어주시니까 경기에 나가고 싶은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첫 시즌을 시작할 때 일본에 직접 가서 김성근 감독님을 몬스터즈 감독으로 섭외하려고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계실 때였다. 그런데 프로그램 준비 도중에 '1년 더 계약'이라는 기사가 나와버려서 섭외도 못하고 그냥 허탈한 마음이었다. 그러다 이승엽 감독님이 두산 베어스로 가게 되면서 저는 '멘붕'에 빠졌다. 감독은 프로그램의 구심점인데 어떡하나. 프로그램이 이대로 없어지는 건 아닌가 고민이 많았는데, 운명처럼 며칠 뒤에 김성근 감독님 은퇴 기사가 나오더라. 모든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 드라마 대본같지 않나.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이 방송 섭외가 쉬운 분도 아니라서 여전히 고민은 했다. (섭외가) 되든, 안 되든 일단 만나뵙자고 생각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부산 사직 연전을 찍고, 이승엽 감독님 은퇴식도 하고 촬영 마치고 출연진이랑 제작진은 다 서울로 가고 저 혼자 일본에 갔다. 제작진에게 얘기도 못했다. (섭외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니까. 메인 작가에게만 얘기하고 후쿠오카에 가서 감독님을 처음 뵈었다. (감독님을) 연결해준 지인에게 친구라고만 하고, 제가 방송국 PD라고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냥 뵙게만 해달라고 했다. 미리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날 김성근 감독님이 정장 재킷을 입고 오셨다. 왜 입으셨냐고 했더니 왠지 오늘 귀한 손님이 올 것 같았대. 그 말에 약간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그날 6~7시간 동안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야구 얘기를 실컷 하다가, 마지막에 출연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는 고민해보겠다고만 하시고 일주일 후에 승낙하셔서 한국에 들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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