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신상명세서에 취미를 구보로 적으면 생기는 일
신상명세서를 적을 때였다.
취미 적으라길래 "적을게없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이라도 적어"
살면서 딱히 운동을 해본게 없는데...
적을게 없어 훈련소에서
(사진: news1)
익힌 '구보' 를 적었다.
내 신상명세서는 때마침
놀러온 사단 주임원사
(근속 30년, 취미 마라톤)에게
읽혀버렸고 그렇게 주임원사가
짬으로 밀어붙여 나는 사단본부
주임원사실에 배치 되었음
근데 알고보니 우리 엄마랑
같은 초등학교 출신에
대충 얼굴 아는 동네 두 살 오빠,
동향 사람임. "야 인마 너는 앞으로
내가 매일 좋아하는 구보 시켜줄게!!"
그렇게 군생활 내내 매일
아침 6시30분 주임원사
초과근무를 찍고 7시30분부터
5km 달리기 후 같이 샤워했다.
(아침점호랑 삼키로 구보는 주임원사실
청소 및 업무준비 로 맨날 생략함)
일이병때는 오기로 따라 달리다가
상병 초부터는 주임원사 페이스메이커 되고
병장때는 배낭매고 달리는 경지에 이름
그맘때쯤 3km 11분대도 깼던거같다.
심지어 주임원사 휴가 전날에도
"오늘 당직사령한테 말해뒀으니
내일 아침에도 연병장 뛰어라 야 인마
내가 더 좋아해서 챙겨주는거야!" 말해둬서
주임원사 휴가날에도 아침에 혼자 5km 달림
잘 모르는 신병들이
"000 병장님은 왜 맨날 뛰시는겁니까?"
물어보면
"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단다...
취미를 잘못 적은 죄로..."
라고 말할뿐이었음
군생활 내내 그렇게 달리다가
전역 전날 술 사주셔서 마시고
전역날 아침 일어났는데,
이건 몰랐지?
전역 당일에도 구보함 으엌ᄏᄏᄏ
그래도 그나마 3km만 뛴 거는
주임원사님의 마지막 배려였을까
그렇게 마지막 구보 후
샤워하고 나와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전역하고도 건강하게 살라면서
아식스 런닝화 하나 주시는데,
진짜 눈물이 갑자기 펑펑 터짐
"경상도 남자는 그렇게 함부로
우는거 아니야 인마 난 그렇게
군생활 내내 뛰다가 전역했다.
어떻게 글을 맺어야할지 모르겠네
군생활 내내 같이 뛰고 같이 샤워해서인지
주임원사님 이랑은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
2년전에 전역하셨는데 아주 잘 지내고 계심
그리고 나는 전역 후 지금까지 한번도 안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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