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있는 기지에서 일어나는 일

잠겨있는 기지에서 일어나는 일

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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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사단에 포함된 격오지에서 근무했어

 

해안감시를 하는게 주 업무였는데

 

우리는 해남,완도,진도가 담당이었어

 

서울에서 태어나서 계속 같은 곳에서 살다가

 

군 생활 내내 바다만 보니까

 

처음엔 신기했는데 갈수록 질리더라

 

어쨋든 늘 군대가 그렇듯 우리도 귀신이나

 

이상한 현상 목격담이 많았던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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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본적으로 레이더나 TOD같은

 

관측 장비를 이용해서 바다만 보는게 업무였는데,

 



가끔은 주에 2번 정도 무인기지를 가서

 

정비를 하고 거기서 작전을 했어

 

특히 격오지에서 근무해서 그런가,

 

우리 사단의 무인기지들은 엄청나게

 

낡거나 폐쇄가 된 곳이 대부분이였어

 

그 중에서 하나를 얘기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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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지는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운영하던 기지라고 해

 

문제는 군 인원이 줄어듬에 따라 기지가

 

하나 둘 폐쇄가 됐고, 이 기지 역시 마찬가지였지.

 

사람이 떠난 구조물들은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탄약고, 병영 식당, 생활관, 상황실.

 

전부 존재하는데 풀로 덮혀있는

 



버려진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였어

 

당시 이등병이라 수색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던 나는 이 기지 역시 가게 됐어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작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

 

ET BT라고 해 질때 시작해서 해 뜰때 작전이 끝나거든

 

어쨋든 밤의 숲은 꽤나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더라

 

아무도 없는 기지에 작전 인원 간부와

 

운전병 포함 8명 정도만이 들어와 있으니.

 

내 선임은 흔히 말하는 엘리트였어

 

나 또한 선임 덕에 엘리트라 불려서 편하게 군생활 했고

 

어쨋든 그래서 그런지 새벽에도

 

졸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더라

 

예로부터 내려오는 괴담이라 이런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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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항상 다른 무인 기지를 


더라도 선임은 이 기지 이야기를 해줬어

 

이상하게 모든 무인기지 중에서

 

이 기지에 귀신 목격담이 나온다고

 

사람이 없는 기지라도 구조물은 남아있다 했잖아.

 

기지다 보니 오지 깊숙한 곳에 있다?

 

문제는 그 오지가 묘지라는 점이었어

 

감시부대 특성상 바다랑 인접한 산에

 

만들어야했으니 묘지는 신경을 안썼을거야

 

서울 토박이인 나는 여기서 서울 촌놈이라 불렸는데,

 

뺀질이 답게 귀신을 전혀 믿지 않았어

 

선임이 아무리 얘기해봤자 그냥 시간 때우기 용이였지

 

솔직히 심령현상이니 뭐니 한 평생

 

느낀적도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곧이 곧대로 믿겠어?

 



그런데 그 날은 유독 어두웠던거 같아

 

우리는 빨간날이나 주말이 없어서

 

주말에 작전을 나가 다들 기분이 안좋은 상태였어

 

우리가 근무할때는 지금처럼 핸드폰이 없으니

 

사지방도 못쓰고 작전으로 끌려온거니까

 

근데 하필 2시쯤에 급똥이 마려운거야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졸고 있었고

 

그래서 깨 있는 선임한테 말하고 똥 싸러 나갔어

 

폐쇄된 기지는 거의 모든 시설을 잠가놔

 

그래서 상황실을 제외하고는 더 많은 풀과 먼지로 쌓여있어

 

화장실은 초소를 지나서 간이 화장실로 가야했어

 

간이 화장실은 기지 출입구 밖에다 지어놨어

 

쓰는건 작전 인원밖에 없으니 기지 안에

 

만들 수도 없어서 그냥 밖에다 작게 둔거지

 

덕분에 나는 똥싸러 밖으로 나가야했고.

 



원래라면 사수랑 다니는데 그날 두명이

 

말년이라 작전 인원이 적어서

 

다들 많이 피곤한 상태라 혼자 가게 됐어

 

원래 혼자 밤길을 걸으면 생각이 많아지잖아?

 

초소를 지나는데 문득 맞선임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거야

 

"경계초소에 붙어있는 초록색 스티커의 이유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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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이유도 없이 저거 붙였을까?"

 

"한때 여기서 근무하던 인원들이

 

저 초소 창문 너머로 자꾸 귀신이 보인다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예 상부에서 특정 부분에

 

테이프를 저렇게 덕지 덕지 붙이니까 그제야 안보였데"

 

"문제는 보이지 않는거지 소리는 들리는게

 

더욱 기괴해져버려서 저기 자국 보이지?

 



차라리 보면서 들으려는 사람도 생겼데"

 

괜히 소름이 쫙 돋는거야

 

평소 겁도 없고 귀신도 안 믿는

 

내가 그 특유의 분위기에 깜짝 놀랐거든

 

아무도 없는 숲 속의 폐쇄된 기지.

 

그리고 그 속에 홀로 서 있는 나와 귀신 들린 초소.

 

냅다 뛰었어 진짜 훈련병때보다 더 뛴거같아

 

이유는 없어, 그냥 무서웠거든.

 

근데 똥 싸면서 걱정도 다 사라지더라.

 

똥 다 싸니까 만족감 들어서 천천히

 

나뭇잎이나 차면서 걸어가는데 고라니 소리가 들리는거야.

 

워낙 고라니나 맷돼지가 자주 나오니 딱히 신경은 안썼어

 

고라니 소리 들으니 괴담도 이 소리 때문에 생겼구나 싶더라

 

그래서 피식 웃으면서 아침에 들었던

 

걸그룹 노래나 흥얼거리면서 걸어가는데 진짜 운도 지지리도 없지.

 



테이프 때진 초소가 시야에 들어왔어

 

물론 나는 밖에 있었고 초소는 안이 보이는 상황이였지.

 

진짜 초소 안에서 어떤 여자가 고라니 소리를 내고 있더라

 

얼굴도 안보이고 머리카락도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왜 여자라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어

 

근데 확실한건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기괴한 웃음과 함께 고라니 소리를 내는거야

 

막 나를 해치려고 달려든다거나 말을 거는게 아니라

 

날 똑바로 보면서 계속 소리를 내는거야

 

순간 얼어가지고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

 

너무 무서운데 내 목에서는 "...." 만 나오고 소리가 안나오는거야

 

그렇게 서로를 본지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너무 무서워서 계속 서 있었으니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선임이 와가지고 날 흔들고 있더라

 

선임 말로는 내가 서서 소리를 질렀데

 



덕분에 졸던 선임들 전부 나와서 혼났음

 

평소에 얌전하던 애가 소리를 질러서 놀랐단다.

 

내가 진짜 식은땀이 온 몸에 나니까

 

아픈거 아니냐고, 걱정해주면서 임무 대타도 뛰어줬어

 

그리고 나도 옆에 앉아서 내가 겪은 이야기 해주니까

 

선임들은 그 이야기는 알아도 나처럼 본 적은 없다고 하더라

 

그 뒤로 그 기지는 내가 전역하기 전까지 많이 갔어

 

항상 그 느낌과 기억은 생생한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었어

 

그래서 항상 비슷한 시간에

 

후임을 데리고 갔는데도 단 한 번도 못봤어

 

내가 이등병이라 심약해서 본 걸까?

 

아직도 궁금하다

[이 게시물은 레팅님에 의해 2024-01-24 11:06:50 군대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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