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까지 계속해서 후임이 사라지는 불운의 남자

전역까지 계속해서 후임이 사라지는 불운의 남자

텔트리
Long 조회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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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첫번째 맞후임


본인은 행정병이었음.


나는 훈련소 끝나자마자 


차출되서 갔는데


자대에 가보니 부대 특성상


거의 대부분이 후반기 교육을 받고 오는 곳이었음.


덕분에 남들보다 긴 막내 생활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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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나보다 늦게 자대배치 


받은 선임들도 있을 정도였음.


그러던 어느날


이번에 오는 신병이 내 맞후임이라는 소식을 들음.


기뻤지만 짬찌니까 티는 안냄.


그렇게 온 맞후임의 첫인상은


신병임에도 불구하고 좀 뺀질거리는 느낌이었음.


그래도 오래 기다려온 후임이니


싹싹하고 말이 좀 많은 타입이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함.


근데 이 놈이 자대온 지 한달쯤 지나고


어느정도 적응이 되니


자꾸 어디론가 사라지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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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냐 물어보면


행보관이나 중대장 등등이 뭘 시켜서


심부름을 다녀오는 거라함.


수상하긴 했지만, 하는 일도 다르고




나도 짬찌니까 그러려니 했음.


그러다 이놈이 막사 뒤에서 


뺑끼 치다가 중대장한테 걸린 거임.


얘는 행보관이 시켜서 잠시 


온거다 하고 구라를 쳤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중대장이


행보관에게 바로 전화해서 물어봄.


행보관은 그런 적 없다고 했고,


당연히 개털림.


영창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대장이 이등병이 벌써부터


못된 짓만 배웠다며 개빡치는 바람에


군장+보직변경+담당간부 하나 두고


밀착마크 형에 처해짐


그리고 저 보직변경 때문에 


그 놈이 생활관까지 옮겨서


나는 다시 막내가 되었음.


2.두번째 맞후임


그렇게 나보다 자대전입도 늦게 온 주제에


벌써 후임을 하나 둘씩 끼고 다니는 동기들에게




놀림을 당하며 막내생활을 하던 도중


행보관이 나를 부름.


내 맞후임으로 TO에도 없는 


애를 겨우겨우 빼왔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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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대가서 신병을 인솔해 오라고 함.


원래 분대장이 하는 일인데 


어지간히 내가 불쌍했나 봄.


신나서 개나리 스텝을 밟으며




신교대까지 거의 뛰듯이 감.


근데 우리 부대 배속인원이라는 친구를 딱 봤는데


애가 눈동자에 초점도 없고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거임.


쎄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기에


인솔해서 막사로 돌아옴.


오는 길에 이것저것 호구조사를 하려 했으나


가는 귀가 먹었는지


“예? 잘 못 들었습니다?” 만 반복하는 탓에


걍 입닫고 옴.




생활관 가서 자리 알려주고


편하게 앉아서 쉬라고 한 다음에


더블백 풀어주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거임.


일과시간인데 누가 왔나 싶어서 뒤를 보니


아까 그 신병이 침상 사이 복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음.


당황해서 “너 지금 뭐하냐?” 하고 물어보니


“저는 긴장하면 빙글빙글 도는 버릇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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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대답함.


지금 생각하면 살짝 섬뜩하기도 한데


그때는 순간 너무 빡쳐서


“선임이 더블백 풀어주는 데 뭐하는 짓이야 .


니자리 가서 가만히 서있어!”


하고 소리침.


당황 + 빡침 + 이 새끼가 


의병전역을 노리는 스나이퍼인가


아니면 말로만 듣던 ‘진짜’ 인건가


같은 생각들이 마구 밀려옴




그래도 하던건 마무리 지어야 되니까


씩씩 거리면서 더블백을 마저 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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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짐


그래서 딱 뒤를 보니 그 놈이 


소리안나게 조심조심 하면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거 아니겠음?


그걸 본 순간 머리속에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됐다’ 세글자만 남음.


이후에 행보관이랑 선임들에게 보고하니까


다들 나랑 같은 생각을 한 듯한 표정이었음.


그래도 행보관이


‘우야겠노. 억지로 빼왔는데.’ 


하면서 한동안 지켜보자고 함.


지내면서 보니 애는 착했음.


근데 행동, 말, 생각 모두가 무지하게 느렸음.


어느정도였냐면 한번은


“XX 병장님 어디가셨냐?” 하고 물어봤는데




얘가 대답을 안 하고 안절부절함.


걍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건데


걍 입을 딱 닫고 눈만 굴림.


‘물어본 내가 병1신이지’ 하고 그냥 딴일 하는데


10분쯤 지나서 얘가 날 부름.


“xx일병님.”


“왜.”


“흡연장.. 가신 것 같습니다.”


ㄹㅇ 뒤통수 맞은 기분.


얘는 ‘진짜’ 구나 싶었음.




결국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행보관도 안되겠는지 행정반 일 가르치는 걸 포기하고


단순 업무가 많은 취사반으로 보내버림.


일과 패턴이 취사병이랑 다른 탓에


결국 막내 업무는 다시 내가 하게 됨 ㅅㅂ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옴)


그 이후 취사반 가서 잘지내겠지 하며 신경끄고 살았음


그러던 어느날 행보관이 개빡쳐서


레토나 끌고 취사반을 갔다오는 사건이 생김.


나중에 뭔일인가 들어보니,




행보관이 전화했는데 하필이면 걔가 받았나 봄.


받자마자


“여보세요?”


라고 함.


행보관은 순간 빡쳤지만


목소리를 듣고 걔인걸 알고 한번 참은 다음


“급양관 바꿔봐.” 라고 했는데


“급양관님 바쁘신데 누구세요?”


라고 대답함.


행보관이 ㄹㅇ 개빡쳐가지고




“ㅆ발, 너는 행보관 목소리도 모르냐?”


라고 소리를 지르니까


걔가 이렇게 답함.


“행복함….이요?”


개빡친 행보관이 취사반을 뒤집어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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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걔는 진짜 행복을 찾아 그린캠프로 떠났음.


이 후에도 몇번 더 맞후임이 복사됐는데




(심지어 점점 더 심해짐)


3.세번째 맞후임


사실 얘는 내 기준으로 폐급은 아니었음


나름 싹싹하고, 말귀도 알아먹고 1인분은 하길래


드디어 고생이 끝났나 싶었음


근데 얘도 좀 불쌍한게 자대배치 받자마자


전준태였나? 하여간 큰 훈련이 잡혀있었음


대대장이 열외 없이 다 참가하라 그래서


신병인 얘도 훈련에 참가하게 됨


근데 훈련 예행연습하고 저녁에 보니




애 표정이 너무 안 좋은 거임


그래서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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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함


어렵게 얻은 맞후임인데 아프다니까 걱정돼서


괜찮다고 하는 걸 분대장한테 보고하고


내가 억지로 의무대로 끌고 감


근데 의무대 수준이 사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음?


허리 삔거 같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하고




진통제나 몇 알 줬던 거 같음


근데 큰 훈련이 잡혀있는데 무리 안하고 쉴 수 있겠음?


내가 무거운 건 다 들어주고


최대한 눈치껏 일 안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얘가 너무 힘들어해서 예행 훈련 중에 의무대를 데려감.


뭐 의무대 처방은 저번과 같더라.


군의관이 애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음.


어쨌든 나야 훈련 중에 좀 쉬어서 개꿀이었는데


얘는 미안해 죽으려고 함.


거기다 선임들도 앞에 두 명한테 크게 데여서 그런지




얘도 뺑끼충은 아닌가 의심을 하기 시작함.


그래서 알게모르게 갈궜나 본데 그게 약간


정신적으로 부담이 됐나봄.


다음 예행연습때 지가 나서서 하겠다고 막 들고


날르고 뛰고 열심히 하더니


갑자기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짐


애가 식은땀 막 뻘뻘 흘리면서 움직이지도 못하길래


결국 엠비 불러서 군병원으로 후송함.


나는 한동안 걔를 못 볼 줄 알았음


근데 웬걸




그날 저녁에 바로 돌아옴.


CT 찍고 뭐 검사하고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다함.


결국 걔는 행보관에게 털리고 선임들에게 꼽당하고


난리가 남.


좀 오버액션이긴 했지만 진짜 허리를 삐었으면


불편하고 힘들긴 할텐데 좀 과하게 욕을 먹으니까


이러다 애 자1살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저녁 청소시간 때 같이 쓰레기 버리러 가면서


어차피 짬찌라 주말에도 편히 못 쉴텐데


부모님 불러서 외박이라도 쓰라고 함.




주말동안 편하게 쉬다보면


좀 나아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니까


알겠다 함.


그래서 어찌저찌 주말에 외박을 나감


근데 얘가 복귀하면서 웬 CD를 들고옴


CD같은 거 반입이 안되는데 어케 들고 왔지 싶어서


물어보니 의사가 준거라함.


알고보니


너무 아픈데 괜찮다고 하는게 이상해서


외박 나가서 민간 병원에 갔나봄.




의사가 검사를 해보더니


“군대 어떻게 가셨어요?


이 상태면 최소 공익 최대 면제인데?”


라고 했다 함.


군병원에서 이상없다고 했더니


의사가 한숨을 쉬면서 CT랑 이런거 사진에


표시해서 CD로 구워주고 소견서 써주면서


군병원 가서 꼭 보여주라고 했다 함.


알고보니 자기도 허리가 좀 안 좋은건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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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서


병원갈 생각을 안했고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함.


그렇게 그 녀석은 행보관과 함께


군병원으로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음


그렇게 나는 다시 막내가 됨.


나중에 짐 챙기러 왔을 때 얘기를 들어보니


이게 또 가관임.




자기 검사했던 군의관한테 의사 얘기를


들려주며 시디를 줬더니


그 CT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나지막히 이렇게 말했다함.


“…아, 이게 디스크구나.”


ㅆㅂㅋㅋㅋㅋ


그 이후로 난 군병원을 안 믿게 됨.


그러다 내가 상병쯤 됐나?


군병원 갈일이 있어서 갔다가 우연히 만났음


너 왜 아직 여기있냐 하니까




곧 의병 전역한다고 함.


내가 디스크도 못 알아보는 의사가 있는데서


어떻게 수술까지 받았냐 했더니


“공짜잖아요…”


하는데 좀 슬펐음.


뭔가 웃긴 결말 기대하고 온 친구들 있으면 미안

[이 게시물은 레팅님에 의해 2022-02-04 14:15:53 콘텐츠 파트너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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