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다같이 담배만든 썰
당시 나는 군단소속 유해발굴팀으로 군생활중이었다.
본격적인 유해발굴 ‘작전’전에
유해발굴팀이 산을 돌아다니면서
전쟁당시 전투의 흔적을 찾고,
근처에 오래산 노인분들한테
여기서 전투있었냐 물어보고 다니는 일을 하는데
이를 발굴전 탐사활동이라고 하고
보통 우리군단의 유해발굴은
6월초에 시작해서 8월 정도에 끝나는 일정이었기에
우리 군단발굴팀은 3월부터 발굴시작 전까지
발굴전 탐사활동을 한다고
매일매일 산을 타고
하루종일 산 타고오면 가평, 양평 마을회관 돌고,
유공자 아재들 집 찾아가고
전투가 있었다는 ‘제보’받아서
발굴지 선정하는 작업이 일상이었는데
솔직히 맨날 산타는 것보다
‘제보’받는 작업이 쌉꿀이었음.
제보를 어떻게 받냐면 일단
마을회관 들어가서 전투가 있었는지,
혹시 유품이 발견되었는지 물어보면 된다.
들어가서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저희 유해발굴 하는 군인들입니다.
뭐좀 여쭤볼께 있어서요.” 이러면
거기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갑자기 효도관광 오신 것처럼 활기가 넘치시면서
“아이구 총각들 좋은일하네 복분자 한잔 할껴?”
“이 할매 주책 부리는거봐 군인들이 어떻게 술을 먹어~”
이러면서 약과랑 쥬스 같은 거 가져다주심.
물론 받으면 안되지만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회관에서 목좀 축이고
얘기 좀 하다가
이 근처에 오래 사신 할아버지 계시냐고 물어보면
근엄 진지하게 생긴 할아버지 한분이 와서
전쟁 썰을 풀어주는데
보통 지루하지만
가끔 진지하게 말씀하시면
진지하게 하실수록 개꿀잼임.
“니 내가 누군지 아나?
내가 운악산 쯩상에서 뗏놈
새끼들 십칠명을 쏴죽여삣따” 이러면서
가평 토박이 할배가 경상도 사투리 섞어가면서
전쟁 썰 풀어준 적도 있다.
옆에서 할머니들이 저 할배 또 구라친다고 웃고
우리는 그래도 제보니까 받아적고 그랬음.
솔직히 자기가 전투했다 이런 제보 보다는
옛날에 산에 올라갔는데
어디서 군인시체를 발견해서 묻어줬다 이런거나
저 산에 올라가면 탄피가 많았다.
이런 제보가 ㅆㅅㅌㅊ임.
여튼 이런거 하면 다 듣고 갈때
할머니들이 뭐라도 하나 챙겨주지 못해서 아쉬워하셨다.
어딜가도 손자같다고 호박엿이라도 꼭 주시려고 했음.
우리 담당관 상사가
받아처먹으면 토할 때까지
연병장 돌린다고 했기 때문에
보통 거절하지만
담당관들 멀리있으면
빵 같이 바로 처먹을 수 있는건
가끔 받아서 먹기도 했는데,
한번은 병장들이 삼계탕 얻어먹었다가 걸려서
뒤지게 털린 적도 있다.
그런데 신상리 마을회관인가 갔을 때
제보 열심히 털고있는데
우리가 마침 모기를 게 물려서
여기저기 긁고 얼굴도 개판이 나있었다.
그날 올라갔던 산이 호명산이었나 어디었나
기억이 안나는데 거기가 모기 산란지였는지
진짜 게 뜯기고 온 날이었음.
후임새끼가 이마 한가운데 물렸었는데
긁지말라고 딱밤 때렸었음.
그렇게 우리가 가려워서 움찔움찔 거리니까
“오메, 모기 물렸는갑네
벌거지 물리는거에는 요거이 딱이여~” 이러면서
할머니 한분이 모기는 박하잎을 문대면
붓기가 없어진다며 박하잎을 가져다주심.
무슨 박하 장사하시는 분인지
검은봉다리로 한봉다리를 주셨는데
“박하잎사구를 요래 잘 찌아갛고
으깨 바르며는 싹 나응께 걱정들 마셔잉~”
이러면서 후임 이마에 발라주는데
오 시원하다고 좋다고 했다.
받으면 뭐라하는거 아닌가 고민했지만
이건 먹는 것도 아니고
박하잎도 처음봐서 신기하기에 그냥 가져왔었다.
그래서 바로 레토나 뒤에서
손으로 으깨고 모기물린데 발라봤는데
꽤 시원한 것 같아서
저녁에 할것도 없겠다
후임들이랑 찧어서 발라봤는데
아침에 다들 박하 바른데만 부어올랐었다.
아직도 이건 뭘 잘못한건지 모르겠음.
그래서 박하잎은 그냥 쳐박아놨었는데
그 주 주말.
할 것 없어서 미칠려고 할 때
맞후임이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고 그거 달라더라.
“어따 쓸려고?”
“멘솔 만들어 필려고 그럽니다.”
당시 우리 팀이 9명이었는데
나 포함해서 5명이 흡연충이었다.
원래 흡연충이 나랑, 왕고랑 맞후임
이렇게 3명이고,
2명은 군대에서 담배 배운 애들이었음
우리는 와 머리 좋다고 후임을 칭찬하면서
당장 신문지 구해온 다음에
볕 좋은데에 정성스레 펴놨다.
담배 안 피는 투고가 좀
의문스럽게 하지말라 했지만
유해발굴팀이 원래 각자부대에서 온거라
선후임관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그냥 존칭만 선후임으로 해서 살고 있었기에
별 힘은 없었음.
그리고 후임이 싸지방 다녀오더니
멘솔이 원래 박하라는 정보를 입수해왔고
우리는 만세를 부르면서 신나게 말렸음.
그날이 할 거 없었던 일요일이라는 점도
큰 변수로 작용해서
우리는 신나게 박하를 펴서 말렸고
게다가 그 효능에 대해서는
그 의견을 발제한 맞후임이
팀내 학력 탑 ‘고대생’이었기에
우리는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얼마나 말려야 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말리자고
최소한 다음 주말이 될 때까지
건들지 말자고 결의했다.
중간에 비가 한번 온적이 있는데
다행히 유해발굴팀의 특성상
비가오면 산을 탈 수 없었기에
지도 작업을 하거나 하는 실내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 날도 무사히 내무반내 창가에 말려둔
박하잎을 구할 수 있었다.
근데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
그때 비를 맞아서 다 버려야 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주일 보내고 주말이 오자
5명의 흡연충이 옹기종기 모여
박하잎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말라 비틀어지기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갈색으로 변했으며
만지면 부숴지는 정도는 아니고
방금 떨어진 낙엽 같은 상태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주말에도 할일이 없었다.
결국 기다리기 지친 우리는
담배를 제조하기로 마음 먹었고
토요일에 각자 2가치씩을 공급해서
총 12가치를 제작에 들어갔다.
내가 담배를 커터칼로 그으면
왕고가 적당한 황금비율로
담배잎과 잘게 부순 민트잎을 섞었으며
나머지 후임들이 물풀로 재 수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려대
출신 후임이 최종검수를 하여
다시 볕에 두고 빳빳이 말렸다.
수술이 끝나고
담배가 조금 짧아진 거 같긴 했지만
우리는 볕에 말려지는
12가치를 뿌듯이 바라보며
말리는 동안 족구 한판을 때리고 오기로 했다.
당시 20사단 본부 선진관이라는
똥같은 막사에서 파견병으로 살고 있었는데
20사단 본부 운전병 아저씨들한테
족구를 개발리는 치욕을 당하고
우리는 두근두근해서 민트담배를 한대씩 물었다.
민트담배의 첫인상은 아주 괜찮았음.
멘솔담배가 아니고 진짜 담배를 피는건데
상쾌하고 프레시한 기분이었다.
박하잎 향이 그렇게 쎈지 몰랐다.
“와 이거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짜 싸제담배보다 좋네?”
이러면서 낄낄 거리는데
담배 경력이 가장 짧은 막내가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침을 뱉는거다.
퉤하고 뱉는게 아니라
무슨 똥이라도 처먹은 것처럼
엣 퉤 퉤 퉤 하고 뱉음.
“왜. 맛없냐?”
“맛 이상합니다.”
우리는 그런가? 하고
그럼 피지마~ 피지마~ 하면서 계속 폈음.
(사진 : news1)
막내새끼는 한모금 더 빨더니
표정 더 안 좋아지고
담배끄고 먼저 들어가겠다면서 뛰어들어가더라.
나는 맛없는 정도는 아닌데
이러면서 앉아서 피다가 일어섰는데
갑자기 대가리가 핑 도는거다.
와 ㅅ발 뭐지 하면서 다시 주저 앉았음.
그런데 아까 담배를 나중에 배웠다는 후임중에
아주 멀쩡하고 젠틀한 새끼가 있었는데
그 새끼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엎드려서 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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