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장이 준 염소에게 생긴일
동물도 많아서 아침에 구보하면
각종 멍멍이들이 항상 같이 뛰곤 했음.
그리고 내가 동물좋아하는건
다들 알아서 새로 온 동물들 있으면
일단 다 나한테 갖다줬었다.
어느날 주임원사가 부르길래 갔더니
흑염소 새끼 두마리를 나한테 주는거.
연대장이 대대별로 두마리씩 뿌렸다고.
별 미친 염소를 뿌리네 하면서
뭐 쨌든 알겠습니다 하면서 받아옴.
사진은 퍼옴. 여튼 분위기 딱 이랬다.
간부숙소 뒤에 철망이랑 하우스파이프
가져다가 염소장을 만들어서 거기다 뒀는데
어차피 군대 남아도는게 풀에 잡초인데
마침 생체 예초기로 활용하면 되겠다 싶었음.
밤에만 염소장에 넣어두고 기다란 줄
구해다가 아침되면 목에 묶고
풀 많이 자란곳에 말뚝박아놓고
나중에 다시 와보면 그 풀 무성하던곳에
염소 줄 닿는 부분까지 딱 동그랗게
미스터리서클이 만들어지는거임.
캬 이거 예초기 고성능ㄲㄲ 하면서
원 다섯개 겹쳐서 올림픽 오륜기도
만들어보고 별 미친 아트를 다 해봄.
어느 주말이었다. 염소장에 염소들 넣어두고
염소장 하우스비닐로 좀 둘러치고 있었는데
본부중대장이 염소 좀 본다고
염소장 문을 열고 들어옴.
아 근데 좀... 들어왔으면 문을 잘 닫아야지..
문이 빼꼼 열린채로 있던거다.
둘중에 작은놈이 이때다 하고서 밖으로 튀어나감.
와ㅆㅂ 뢋됐다! 하면서 나도
바로 튀어나가 새끼염소를 쫒아감.
연병장을 가로지르는 나와 염소의
추격전을 보며 옆중대 아저씨들이
웃는데 쪽팔려 뒤질거 같았지만
저거 잃어버리면 주임원사한테
피살 당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날 달리게 했다.
우리부대가 한가운데에 병기본교장과
대공초소, 대대 탄약고, 탄약고초소가
한데 있는 동산을 두고 있는데 그게 은근 넓다.
염소가 산으로 들어가버린거임. 아 쫒아들어가는데
사람이 염소속도를 어떻게 따라가나..
게다가 산길도 아니고 그냥 덤불사이로
쏙쏙 빠져나가는데 절망감이 듬.
그러다보니 탄약고 초소까지 오게 됐는데
마침 거기에 카사노바가 묶여있었음.
카사노바는 똥개인데,
부대주변 동네 개들 다 따먹고 다녀서 붙은 이름임
여튼 걔가 거기 묶여있던 이유는
작전장교가 애끼던 진돗개를 덮쳐서
탄약고 초소에 귀양온거.
감히 시정잡배 천것이 양갓집 규수를 범했으니
죽지 않은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고 생각함.
여튼 탄약고초소를 지나
도망간건 확실해서 지나치려는데,
카사노바랑 눈이 마주침.
그때 개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눈빛으로도 가능하단걸 깨달았는데,
카사노바 눈빛이 나한테 말하고 있었다.
'야! 내가 봤어! 내가 봤어 그 염소! 내가 봤어!'
눈빛 보자마자 바로 카사노바 줄 끌러서
쥐니까 한쪽방향으로 튀어나감.
오케이! 하면서 그 방향으로 따라갔는데
어느정도 가다보니 신기하게
저 앞에 도망가고 있는 염소가 보임.
요놈 신통방통하네 하면서 쫒아갔다.
근데 염소가 보이긴 하는데 간격이 안 좁혀짐.
그러다 카사노바가 답답한지
날 딱 쳐다보는데 눈빛이..
'ㅆㅂ 줄 놔'
바로 줄 놔버렸다. 그러자마자
정으니의 로켓처럼 튀어나가서
염소랑 카사노바랑 둘 다 사라짐.
아 뢋됐네... 하고 있는데
염소 울음소리가 음매 하고 울림.
소리 난 곳으로 급하게 쫒아가보니
야 이ㅅ끼가 신통하게 염소를
몸으로 눌러서 꼼짝못하게 잡고 있는거.
"야 카사노바 잘했다!" 하면서 다가가니까
이 ㅅ끼가 똥개인건 어쩔 수가 없는지 칭찬해달라고
벌떡 일어나버림. 염소 다시 도망감. 하... ㅅㅂ...
근데 카사노바가 귀를 다시 쫑긋 세우더니
가만히 있다가 어느 방향으로 또 발사됨.
또 멀리서 음매 하고 울리길래
그쪽으로 가니까 카사노바 이새끼가 빡쳤는지
이번엔 염소 모가지를 물어서 분질러놨네....
염소가 마지막 숨을 헐떡이다 절명함..
아.....ㄹㅇ뢋됐다.... 하면서
죽은 염소를 들고 가는데 개선장군처럼
옆에서 당당히 우쭐대며 걷는
카사노바가 오늘따라 왜이리 원망스러운지 모르겠더라.
근데 예상외로 츄리닝 차림의
주임원사는 별일 아니라는듯이 알았다고
한 다음에 죽은 염소를 가져감.
그리고 한 이틀있다가 보약봉지
쪽쪽 빨면서 돌아다니는거 보니
아마 그걸 영양원에 가져갔었나봄.
인기 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