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엑스칼리버의 용사를 만난 의경
운전은 종종 그런경우가 있지만
행정 및 취사같은 보직 대부분
일반 소대에서 본부로 차출함.
이것은 본인이 일반 소대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요즘 의경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위가 무엇일까?'
라고 보통 물으면 대부분은
강경노조의 시위나 대규모 시위
같은것들이라 생각한다.
그치만 요즘은 노조 아재들이
오히려 젠틀한 경우가 많다.
나에게 최악의 시위는 '농민 집회'다.
'엥 농민집회 완전 노인들만 오는
그런 소규모 집회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맞다.
하지만 평생 농사만 지은
농민 할배들은 그야말로 수십년간
'고탄저지' 식단과 저강도 다수의
운동을 해온 괴력의 인간병기임.
할배를 옷 벗고 계신거 보면
사진에 서나 보던 이소룡 몸매가 보인다.
노조아재를 집회는 끌려나온 사람이
태반이라 그냥 노래나 좀 부르고 소리나
좀 지르다가 간다. 특히 주말에
하는 시위는 얼굴에 귀찮음이 보인다.
그치만 농민할배들은 시위하러 나오면
보통 한 해 농산물 가격 때문에
나온거라 눈빛의 결연함이
노량해전 충무공의 눈빛 저리가라임.
게다가 까무잡잡하고 주름진 얼굴속
실눈은 마치 만화속 실눈캐가
제일 세다는 클리셰를 보여주는 듯했다.
본인이 개짝찌이던 시절 농민들이
추곡수매 단가 때문에 시위를 했다.
갔더니 할배를 50여 명 정도가
마을회관에서 농성중이었음.
근데 마을 회관 마당 중앙에 장작을 쌓고
그 위에 대강 만든 허수아비를 하나 끼워놨더라.
우리는 마을회관 둘러싸고 그냥 서 있고
지역농협지부장? 같은 사람이 먼저 들어가서
할배들을 설득하기로 했음.
우린 그때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실실 웃고 있었음
한 십분쯤 지났을까.
지부장이 허둥대며
건물을 빠져나오는거임.
우리는 '???' 하면서 쳐다보고 있었음.
근데 할배 한명이 따라 나와서 소리지르더니
분에 못이겨서 장작위에 허수아비를 뽑더라고,
거꾸로 뽑아든, 짚에 쌓여있는
1.5m 정도 되는 허수아비를 거꾸로 든
할배가 마치 우리한테는 자기 몸만한 검을
휘두르는 전국시대 용사같더라 ㅋㅋㅋ
근데 이미 쇠파이프나 죽봉같은거
막는 걸 하도 연습해둔 터라 허수아비 든 할배 쯤이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배가 허수아비에
불을 붙임 ㅋㅋㅋㅋㅋㅋ 짚를 두른 허수아비는
5초만에 바로 불타는 엑스칼리버가 됨.
다른 할배들도 뛰어나와서 그 용사를 말릴려고 하는데
할배가 결연한 표정으로 그걸 붕붕 휘두르며
우리 쪽으로 오더라고 ㅋㅋㅋ
우린 도망갈라고 중대장 눈치만 보는데
중대장 벌써 틸려고 하더라 ㅋㅋㅋ
그래서 다같이 도망감 ㅋㅋㅋㅋ
우리 다 도망가고나니 할배 혈전에서
승전한 장군마냥 만족한 표정으로 씨익 웃고는
땅에 엑스칼리버를 툭 하고 내려놓더라.
우리는 이대로 할배들을 놔둘수가 없어서
다시 재진입 하기로 하고는 방패만 챙겨서
다시 마을 회관으로 다가갔음.
갔더니 할배를 이번에 무슨 마대자루같은거
바닥에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우리는 이번엔 꼭 해산시키겠다는
마음 먹고 다가가는데
"오지마라 이놈들!!"
하면서 엑스칼리버 할배가 소리지르더라.
우리가 움찔했는데 중대장이 해산시키래서 계속 다가갔다.
그랬더니 할배가 갑자기 마대에서 양파를 꺼냄.
우린 뭐지 이랬는데 할배가 마운드위의
오승환 마냥 와인드업 멋있게 하더니
양파를 우리한테 던짐.
상상치도 못한 전개에 우린 다 놀랬는데
옆에 보니 선임이 쓰러져 있더라.
할배가 양파로 선임 헤드샷 시켜서 기절시킨거임.
그뒤에 다른 할배들 도 다 양파 꺼내서 던지는데 ㅋㅋㅋ
무슨 로마 토탈워마냥 우리 방패들고
양파 막아내며 밀집대형으로 전진해서
겨우 할배들 해산시킴 ㅋ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나는 행정병으로 전직하고
나중에 의료비 정산하는데
그 선임 병원비 기록에 '집회 중 부상'이라
되어 있는데 선임이 자필로 쓴 사유서에
시위자가 양파를 집어 드는 것 까지는 봤는데.
그 뒤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보고 웃었음.
중대장도 보고 웃더니
그대로 경찰청에 제출하라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기 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